더 무서운 건 숫자 넘어 어딘가에 도사리고 있는 견고한 ‘흡연 메커니즘’이다. ‘담배 일발 장~전!’으로 상징되는 관대한 군부대 내 흡연 문화 얘기다. 사춘기, 대입 스트레스, 캠퍼스 낭만 등 숱한 흡연의 유혹을 뿌리친 대한민국 20대 남성은 자대에 배치받는 순간, 봉인에서 해제되고 만다.
청소년 흡연율이 꾸준히 떨어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군부대가 흡연의 확산 통로임은 분명하다. 2013년 14.4%에 달했던 청소년(남자) 흡연율은 2022년 4.5%로 감소했다. 하지만 군인 흡연율은 2007년 50.7%에서 2022년 39.9%로 상대적으로 덜 줄어들었다.
PX에서 판매하는 담배를 선정하는 과정도 ‘깜깜이’다. 현재 PX에서 판매하는 담배는 총 13종으로 모두 연초다. 에쎄, 레종, 보헴시가, 람보르기니 등 KT&G 제품이 12종이고 나머지 하나는 필립모리스의 말보로 골드다. 참고로 ‘스모크 프리’(담배 연기 없는 세상)를 내걸고 전자담배로 비즈니스 주력 모델을 전환하고 있는 필립모리스는 공공연하게 “말보로를 없앨 것”이라고 말한다. KT&G의 보헴시가는 편의점 판매 순위가 50위권 밖인 시쳇말로 한물간 브랜드다.
전체 장병이나 흡연 장병을 대상으로 하는 설문조사조차 없다. 신병훈련소에서 애써 5주간 강제 금연을 시켜놓고, 정작 부대에 배치되면 PX에서 독성 강한 연초를 마음껏 피우도록 하는 게 현실이다. 군 당국의 설명 방식대로 신병훈련소의 금연이 ‘인내심 훈련’이라면 그 훈련은 자대에선 안 해도 되는 건가.
KT&G도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장병을 대상으로 ‘재고 떨이’를 하는 것도 문제지만, 이렇다 할 금연 캠페인조차 하지 않는다. 나무를 베어 화장지를 만드는 유한킴벌리는 틈만 나면 나무를 심고, 숲을 가꾼다. 병 주고 약 준다는 비난이 있을 수 있지만, KT&G처럼 유해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회사는 국민건강을 증진할 책임이 더욱 막중하다.
이런 점에서 군부대 흡연을 방조 혹은 조장하는 KT&G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낙제생에 가깝다. 군 당국과 KT&G가 공모한 군부대의 강고한 흡연 메커니즘을 이제는 끊을 때가 됐다. 건강보험 재정 적자 시기를 늦추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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